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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거기'] 가을 정취 물씬 머금은 대학로 연극 '거기'를 찾다

꽃집청년들 2012. 11. 13. 14:53

 [리뷰]연극 '거기'

 

10월의 어느 멋진 밤,

가을 정취 물씬 머금은 대학로 연극 '거기'를 찾다

 

강신일 이성민 등 대배우들의 깨알연기에 관객들 폭소

이들과 맥주 한 잔이면 차가운 마음도 스스륵~ 열려

 

 

▲늦가을에 찾은 대학로는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해 있었다. 대학로 내 한 레스토랑에서 한 여성 소프라노가 '10월의 어느 멋진 밤에'를 부르고 있다.

 

10월 26일, 모처럼 햇살이 따뜻해 아침부터 어디든지 발길이 닿는 대로 향하고픈 날이었다. 이날 저녁, 어렵게 예매했던 연극 '거기'를 보기 위해 대학로에 도착했다. 10월의 어느 멋진 밤 대학로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머금고 있었다. 야외 곳곳에서 들리는 기타선율과 공연소리, 관객들의 들뜬 호응이 대학로 이색적인 건물들의 형형색색 조명 사이로 빛나고 있었다. 


젊은 남성 혼자 계단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가로수 그늘 아래서'를 부르는 모습도 찬란한 별들 속 외로운 달을 연상시켰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펼쳐지는 마술 공연도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도착지인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의 옆 건물 이탈리안 레스토랑 2층 테라스에서도 여성 소프라노가 부르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 빰을 스치는 바람도 그 노래에 취해 있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일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대학로는 문화예술의 향연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학로만의 멋스러운 밤을 창조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펍(Pub)의 소박‧순박한 분위기를

  강원도 '부채끝' 마을 작은 카페로 옮겨놔

 

대학로 멋에 흠뻑 취해 들어간 연극 '거기' 공연장, 그 곳은 또 다른 멋이 숨어 있었다. 무대는 어느 시골 작은 카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바(Bar)형 긴 테이블이 중앙에 길게 놓여 있어 '공연 무대 중심'이란 무언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졌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몸과 마음을 맡겼던 무대 밖의 역동적인 대학로의 모습과 딱딱하지만 왠지 정이 가득 묻어 있을 것 같은 테이블에서 느껴지는 정적인 분위기가 상반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을까. 저 테이블에서 어떤 대화들이 오갈지 매우 궁금해졌다. 이 연극의 원작이 아일랜드 작가 코너 맥퍼슨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술집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맥주 한 잔에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아일랜드 펍 분위기를 익히 잘 아는 필자로선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높은 기대심은 비단 필자뿐이 아니었나 보다. 공연장의 조명이 천천히 꺼지고 술집 주인이 마구 짖어대는 개에게 "손님이 왔냐?"며 소리치는 첫 대사부터 관객들의 몰입도는 최고였다.

 

연극 '거기'는 강원도 부채끝 마을 한 작은 카페를 무대로 토박이들의 인생담을 듣는 이야기다. 지형이 '부채끝'과 닮았다하여 마을이름도 '부채끝'인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행동과 말엔 꾸밈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순박함과 소박함이 베여 있었다. 원작 <the Weir>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아일랜드 펍이 배경이란 것을 유추해볼 때 국내 대표 연출가 이상우가 맡은 '거기'는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했다. 


아일랜드는 유럽국가 중에서도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고 인구도 적다보니 유럽의 주요국가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아일랜드만의 독특한 영어억양은 억센 사투리 같은 느낌도 든다. 아일랜드인과 펍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소박함과 순박함 그리고 정을 느꼈는데 이 느낌을 고스란히 대학로 연극 '거기' 무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장소인 '거기'자체 말이다.

 

특히 강원도 작은 마을이 배경이 되고 마을 이름이 '부채끝'이라는 점, 강원도 사투리, 그리고 캐릭터들만의 특유의 성격들이 국내 시골의 정서이자 아일랜드 정서와 맞닿아 있었다. 그 접점의 끝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이들이 바로 배우들이었다.

 

  '실력파' 배우 캐스팅에 관객들 지갑 '술술' 열려...

   연일 매진행렬 기록

 

연극 거기는 스크린, 브라운관, 연극 무대 할 것 없이 종횡무진 넘나드는 극단 차이무 출신 베테랑 실력파 배우들이 선택한 작품으로 최근 가장 유명한 연극이다. 강신일, 김승욱, 이대연, 김중기, 민복기, 오용 등을 비롯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골든타임의 이성민, 송선미, 정석용 출연으로 '거기'는 연극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거기’는 저렴한 가격(3만원)에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에 관객들의 지갑이 술술 열리며 연일 매진행렬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골든타임 멤버들의 캐스팅이 확정된 회차는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바로 매진됐다.

 

   ▲연극 '거기' 중 한 장면 <출처 : 이다엔터테인먼트>


26일,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연극답게 공연 내내 관객들은 그들의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에 완전 집중했다.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안주 삼아 친구의 험담도 하고 도란도란 옛이야기와 귀신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연극 '거기'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90분 내내 그저 앉아 얘기하다 잠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냉장고에서 맥주를 가져올 뿐이었다. 


정적인 무대연출과 탁구경기를 연상하듯 빠르게 주고받는 대사는 관객들을 공연에 폭풍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에 관객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워 그동안 TV와 스크린으로 봐온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조그만 행동, 표정 변화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다 배우들의 깨알연기에, 애드리브 하나에 폭소했고, 연기하다 진짜 웃음을 짓는 배우들을 보고 덩달아 관객들도 행복해지는 것도 연극만이 느낄 수 있는 쏠쏠한 묘미였다. 


또 공연 중간 중간에 배우들은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관객들이 마을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되기도, 친구 비석이 되기도 해 배우들은 관객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능청맞게 연기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더불어 배우들이 특히 이성민이 맥주를 마시면서 주로 계속 먹었던 오징어포, 아몬드, 밤 등 안줏거리도 관객이 공수해왔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만 아는 재미였다.

 

   '역시 대배우' 배역 싱크로율 200% ...자연스런 연기 극찬

 

움직이지 않으면서 관객들과 호흡해야 하기 때문에 실력파 배우이지 않고서야 절대 소화할 수 없는 연극 '거기'. 그야말로 배우의 탄탄한 연기실력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배우들의 깊은 연기내공을 느낄 수 있는 연극이었다. 


이날(26일) 캐스팅에는 강신일이 동네 맏형이자 첫사랑을 잊지 못해 노총각으로 살아가는 자동차 정비소 사장 장우 역을 맡아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끌고 갔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며 카지노 게임에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사는 설비보수가게 주인 진수 역을 정석용이 맡아, 골든타임에 이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관객들과 춘발(이성민)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노총각들의 안줏거리이자 질투의 대상으로 처세술에 뛰어난 춘발 역을 이성민이 연기하며 골든타임의 최인혁 교수 역과는 달리 능글맞게 극의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하며 관객들을 웃게 했다. 


유일한 홍일점인 송선미는 도시에서 남모를 아픔을 간직한 채 부채끝 마을로 이사 온 화가 정 역을 맡아 노총각들의 마음에 불을 지펴 놨다. 또 박상우는 형들의 고충을 잘 들어주는 막내동생이자 카페 주인 병도 역을 잘 자연스레 연기했다. 그렇게 90분간 배우들은 이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관객들은 배우들의 세심하면서 자연스런 연기와 뜨거운 열정에 끝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연극 '거기' 中 대사]

정(송선미)이 마실 와인 잔에 병도(박상우)가 와인을 따를 때,

춘발 :(와인 잔을 능글맞게 뚫어지라 쳐다보며)아~~ 3부, 3부만...

아! 됐어됐어!~와인은 3부가 제일 맛있어~

 

자신의 집에 귀신이 있었다는 이야기에 걱정하는 송선미에게,

정 : 어머, 신경 쓰이네요.

춘발: 신경쓰지 마세요~

진수: (눈치없이)실화니까요.

 

정 : 전 예고를 나왔지요.

진수 : 아! 예자(사투리 발음)고등학교요?

춘발 :(술에 취한 진수를 한심한 듯 쳐다보며) 예술고등학교!


베테랑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고마운 연극 '거기'.


연극이 끝난 후 못내 아쉬워 발을 떼지 못해 극장 밖에 어정쩡하게 서 있다 보니 배우 정석용의 퇴근길을 보게 되는 횡재도 얻었다. 


분명 무대에서는 맥주와 소주를 번갈아 마시고 얼굴이 빨개져 분명 '술을 마셨겠구나' 했었는데, 싸인하던 그의 모습에는 취기도 발그레한 얼굴도 찾아볼 수 없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대학로 내 한 카페

 

이후 인근 은은한 조명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블루베리요거트 한 잔을 마시며 열기를 식혔는데, 대학로답게 바로 옆 테이블에 가수 조영남과 제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카페 조명은 나를 주인공으로 비추고 있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을 밤, 음악과 예술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대학로에서 연극 한번 보러가는 것은 어떨까.

 

연극 '거기'는

 

장우, 진수, 병도가 씰바(춘발의 별명, 씰리콘바세린)의 험담을 하면서 춘발과 함께 있는 묘령의 여인 정에 관심을 갖게 될 무렵, 춘발과 정이 카페에 오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은 술을 사이에 두고 소소한 일상과 귀신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하며 옛 추억에 티격태격 싸우다가, 다시 화해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서로 꾸밈없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도시 여자 정도 이들의 분위기에 동화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간다.

 

<행복한 글쟁이>

  2012.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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